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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더하기>아내의 빈자리

토리댁 2017. 6. 1. 16:28




아내의 빈자리

 





첫번째 매


아내가 어의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지 4.

지금도 아내의 빈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날 갑작스런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못 챙겨주어

허전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늦게 돌아와 침대에 벌렁 누웠는데 순간……

'-~' 소리를 내며 손가락만 하게 불어터진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 질러졌습니다.

펄펄 끓는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일어난 과정을 무시하고 아이를 불러 마구 때렸습니다.

계속 때리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이 울면서 한 한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평소에 가스레인지 불을 함부로 켜면 안 된다는 말에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하고 데워진 물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리려고 식지 않게 컵라면을 덮어 놓았는데

아빠가 올 때 너무 반가워 깜빡 잊었다는 겁니다.

 

아들 앞에서 우는 것이 싫어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수돗물을 틀어 놓고 울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든 아이 방문에 오랫동안 머리를 기대어 넋 놓고 서 있었습니다.



두번째 매


일 년 전 아이와 그 일이 있고 난 후,

내 나름대로 4년 전 우리 곁을 떠난 아내 몫까지 하려고 더욱 신경을 썼습니다.

 

아이도 티 없이 맑게 커가고

아이의 나이 일곱 살, 얼마 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내년에는 학교에 갑니다.

 

어느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유치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조퇴를 하고 집에 왔는데도 아이가 없었습니다.

아이를 부르며 애타게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놈이 놀이터에서 신나게 혼자 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나서 집으로 와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한마디 변명도 않고 잘못을 빌더군요.



세번째 매


그 날 이후 글을 다 배웠다고 

너무 기뻐하며 저녁만 되면 자기 방에서 꼼짝도 않고 글만 쓰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없었지만......


하늘에서 아이 모습을 보고 미소 지을 아내를 생각하니

난 또다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또 일년이 흐르고....


크리스마스 케롤이 흘려 나오는데

아이가 한차례 또 일을 저지렀습니다.

회사에서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우표도 없이 편지 300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 우체국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끼친다고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들지 않으려 했던 매를 또 다시 들었습니다.

이번에도 변명 않고 잘 못 했다는 소리 뿐,


그 후 우체국에서 편지 모두를 가지고 와 

도대체 왜 이런일을 했냐고 물었더니.....

하늘나라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거라며

아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순간 울컥 나의 눈 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바로 앞에 있었기에 울음을 참고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꺼번에 보냈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편지를 써왔는데 우체통보다 키가 작아

넣지 못 했는데 요즈음 와서 다시 제어 보니

우체통에 손이 닿아 그 동안 써온 편지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 하더군요


전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 했습니다.

 

얼마 후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까 편지를 써서

불에 태워 하늘로 올려보내자 

그리고는 그 편지를 가지고 밖에 나왔습니다.


주머니속에 라이터를 꺼내 편지를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얘기를 썼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그래서 태우던 편지 하나를 읽어 보았습니다.




보고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 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

그런데 나는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생각할까봐 아빠한테는 얘기 않했어

아빠가 나를 찾으려고 막 돌아 다녔는데

난 일부러 아빠 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도 난 끝까지 얘기 않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 생각나서 우는거 본다!

근데 나 엄마생각 이제 안나..., 아니... 엄마 얼굴이 생각이 않나

엄마 내 꿈에 한 번만 엄마 얼굴 보여줘. 알았지?


 



가슴이 너무나 먹먹해지는 글이네요....  우리아이의 모습들을 생각해보며....


소중한 아내 자리... 엄마자리... 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눈물로 걷는 인생의 길목에서

가장 오래, 가장 멀리까지 

배웅해 주는 사람이 바로 우리의 가족이다.

권미경 <아랫골목> 중에서